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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축구] 웃으며 떠나지 못한 윤덕여 감독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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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3  20: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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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1990년 10월 11일 북한 평양에서 역사적인 축구경기가 열렸다. 남북통일축구. 분단 후 처음으로 한국대표팀이 북한 땅을 밟았다. 온 겨레가 주목한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1-2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승패가 중요한 경기가 아니었다.

이날 몸을 부딪치며 공을 다툰 남과 북의 젊은이 중 훗날 나란히 여자대표팀 감독이 된 선수가 있다. 남쪽의 윤덕여와 북쪽의 김광민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북한 남자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윤정수까지 모두 3명의 통일축구 멤버가 지도자로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 윤덕여 감독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김광민 북한 여자대표팀 감독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평양 통일축구 당시 남자뿐 아니라 여자 경기도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상 우려로 경기를 취소하고 대신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남과 북의 실력 차가 너무 커서 맞대결이 의미가 없기도 했다. 바로 보름쯤 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는 북한에 0-7로 졌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급조된 이 팀이 한국 여자축구 첫 대표팀이었다. 국내 여자팀이 전무했던 터라 선수를 공개모집해 팀을 구성했다. 육상 하키 등 다른 종목을 한 선수가 주로 모였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출발은 초라했지만 이후 여자축구는 꾸준히 발전했다.

윤덕여 감독은 2017년 4월 대표팀을 이끌고 다시 평양을 찾았다. 통일축구를 뛴 지 27년 만이었다.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북한과 1-1로 비겼다. 북한은 탈락했고 한국은 본선에 올라 2019 프랑스월드컵 티켓까지 땄다. 27년 전 북한에 0-7로 무너진 한국 여자축구가 참 많이 성장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 지난달 프랑스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윤덕여 감독. /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윤 감독은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이 만료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6년 6개월 동안 재임하며 월드컵 2회 연속 출전, 아시안게임 2회 연속 동메달 수상이란 공을 세웠다. 사령탑에 오래 머무는 과정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내 여자축구 저변이 취약한 현실에서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을 키운 점은 높이 사야 한다.

지난달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지며 2회 연속 16강 진출이 무산됐다. 매 경기 TV 중계 화면에는 무척 곤혹스러워 하는 윤 감독의 얼굴이 자주 잡혔다. 소외된 여자축구를 조금이라도 띄우려 노력한 지도자가 결국 웃으며 떠나지 못 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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