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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축구] 잔인한 승부차기 이겨낸 우리 젊은이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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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9  16: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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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러시안 룰렛. 확률에 목숨을 건 게임이다. 회전식 연발 권총에 총알을 하나만 넣고 머리에 겨눠 방아쇠를 당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축구에서 승부차기는 승부를 가리는 가장 잔인한 제도로 꼽힌다. ‘11m의 러시안 룰렛’으로 불린다. 공의 속도와 골키퍼의 반응 속도를 따지면 키커가 유리하다. 그래서 심적 부담은 키커가 더 심하다.

내로라하는 월드 스타도 압박감을 어쩌지 못 한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바조는 1994년 미국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공을 하늘로 날렸다. 바로 그 순간에 경기가 끝났고 브라질이 환호했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도 2016년 코파아메리카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해 칠레에 우승컵을 넘겼다. 메시는 그 충격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 9일 세네갈전 승부차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더 긴장한 한국 선수들. /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9일 새벽 국내에 중계된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우리 선수들이 승부차기라는 잔인한 게임 앞에 섰다. 후반 종료 직전 이지솔이 극적인 동점골을 뽑고 연장 전반 조영욱이 통쾌한 역전골을 넣어 다 이긴 줄 알았다. 하지만 막판에 세네갈에 동점골을 먹고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응원보다 ‘실축하는 선수가 나올 텐데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맨 처음 나선 김정민과 그 다음 조영욱이 실패했다. 경기 중 페널티킥을 실축하면 만회할 시간이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안정환이 그랬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경기 초반 페널티킥을 넣지 못 한 뒤 연장전에서 기어코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때까지 경기 내내 속으로 펑펑 울면서 뛰었다고 한다. 하지만 승부차기는 기회를 남기지 않는다.

   
▲ 김정민(가운데) 등 한국 선수들이 승부차기 승리가 확정되자 일제히 내달리며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 뒤에 안도감과 기쁨으로 기도하는 듯한 조영욱(18번)이 보인다. /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지금껏 잘했지만 승부차기 한 번으로 쉽게 벗지 못 할 멍에를 쓸 두 선수가 안쓰러웠다. 축구선수로서 한창 커 나가는 만 20세 청소년이기에 더 그랬다. 승부차기 말고 동전을 던져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게 차라리 선수들에게는 나은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8강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날 전·후반과 연장전까지도 이미 큰 박수를 받을 만했기에.

오세훈이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하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계 4강’을 기뻐하기에 앞서 김정민 조영욱 얼굴이 보고 싶었다. 정정용 감독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준결승에 대한 질문에 “우선 오늘은 이 기쁨을 만끽하겠다”고 말했다. 승부차기라는 극한의 압박도 겪으며 4강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했다. 우리 청소년 선수에게 남은 경기는 진짜 즐기라고 하자. 정말 잘 싸웠다.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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