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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축구] 폭력에 맞서는 선수와 팬의 ‘연대’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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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0  16: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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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1998년 미국 여자대표팀 선수 2명이 대학 재학 시절 감독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미국 축구계가 들썩였다. 1990년대 국내 여자축구계에도 종종 성추행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소문으로 끝났다. 피해 선수가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주위에서도 모두 쉬쉬했다. 물밑 논란의 당사자였던 남자 지도자는 대부분 슬며시 활동을 접었다.

꼭 1년 전이다. 서지현 검사가 선배 검사인 안태근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난해 1월 공개했다. 몹쓸 짓을 당한 지 8년 만이었다. 국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신호탄이 됐다. 그 뒤 최영미 시인이 원로작가 고은을 고발하며 문화예술계의 미투 운동에 불을 붙였다. 지난 한 해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용기 있는 폭로가 이어졌다. 체육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고교생 시절부터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로 고소한 사실이 지난 8일 밝혀졌다. 조 전 코치를 엄벌하라는 국민 청원이 줄을 잇고, 온라인에서는 심석희를 응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체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체육계에서도 본격적인 미투 운동이 시작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체육계는 위아래가 분명한 사회다. 지도자와 선수가 전형적인 갑을 관계인 경우가 많다. 또 개인보다는 팀워크 등 집단성이 미덕으로 강조된다. 성폭력 등 온갖 폭력에 취약할 뿐더러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힘든 환경이다. 그래서 심석희의 용기가 더 돋보인다. 더구나 이런 선수의 용기가 팬의 응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한 팬이 “(심석희가) 심하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선수 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큰 힘을 얻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심석희는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힘을 낸다는 걸 보고 성폭행 피해 사실까지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관이나 운동장 밖에서도 선수와 팬이 ‘공감’하고 ‘연대’한 것이다.

축구계도 성폭력 안전지대는 아닐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축구인이 서로를 존중해 폭력을 추방하자는 ‘리스펙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욕을 먹고 매를 맞으며 공을 차는 어린 학생 선수가 있다. 성폭력에 떨고 있는 선수도 있을지 모른다.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폭력을 없애려면 인식과 제도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단시일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당장 폭력에 맞서는 용기를 내려면 선수와 팬의 공감과 연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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