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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축구] 아시안컵 상대 키르기스스탄의 간절함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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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6  14: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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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말을 탄 선수들이 공을 뺏기 위해 치열하게 다툰다. 공은 우리가 아는 공이 아니다. 머리를 베어낸 염소나 양의 사체다. 이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우물처럼 생긴 골에 넣으면 점수를 딴다. 키르기스스탄 전통 스포츠 콕 보루(Kok Boru)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리는 세계유목민경기대회(World Nomad Games)의 정식 종목이다.

과거 중앙아시아 유목민은 늑대 때문에 피해가 많았다. 남자들이 사냥을 하러 떠나면 마을에 남은 노인과 여자와 아이들이 가축을 지켰다. 그 틈을 타 늑대가 가축을 해쳤다. 돌아온 남자들은 늑대 떼를 쫓기 시작했고 도망치는 늑대를 들어 올려 말 위에서 서로 던지고 받으며 화풀이를 했다고 한다. 이런 관습이 용기와 담력을 키우는 게임으로 이어졌다.

   
▲ 키르기스스탄 전통 스포츠 콕 보루. / 사진출처=세계유목민경기대회 홈페이지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단체 종목은 콕 보루, 개인 종목은 레슬링이다. 축구는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축구대표팀은 이듬해 처음 국제 경기를 했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91위다. 우즈베키스탄(95위) 카자흐스탄(119위) 타지키스탄(120위) 투르크메니스탄(127위)을 제치고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키르기스스탄이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한다. 메이저 국제 대회 첫 참가다. 다음달 6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한국 중국 필리핀과 C조에 묶였다.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을 만난 건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참가한 지난 8월 아시안게임이 유일하다. 손흥민의 골로 1-0으로 이겼지만 상대의 악착같은 플레이에 말려 시원하게 경기를 풀지는 못했다.

   
▲ 지난 3월 22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미얀마를 따돌리고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딴 키르기스스탄 선수단이 응원 온 자국민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키르기스스탄 공격수 미를란 무르자예프는 2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국에 축구 붐을 일으켜야 한다는 큰 책임감을 안고 이번 대회에 나선다”고 힘주어 말했다. 5년째 터키 하위리그에서 뛰고 있는 그는 터키의 축구 열기와 잘 구축된 시스템, 정부의 지원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키르기스스탄 ‘비인기 종목’ 선수의 아쉬움이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한국 대표팀의 이번 아시안컵 목표는 우승이고, 축구 변방 키르기스스탄 대표팀의 목표는 조금이라도 더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죽은 염소’ 공에 쏠려 있는 유목 민족의 눈길이 공기를 채워 넣은 둥근 공 쪽으로 얼마나 돌려질까.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은 1월 12일 오전 1시에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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