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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왕’ 김진야 “태권도로 금메달 땄을 수도”
인천=이민성 기자  |  footballee@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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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7  13: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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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입에 물고 환하게 웃고 있는 김진야.

아시안게임 7경기서 682분 뛰어
“엄마표 해산물 샤부샤부가 비결”
여행 체력은 0점… 취미도 ‘축구’
유럽행 꿈 “뮌헨 정우영 부러워”

[인천=축구저널 이민성 기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남자축구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는 ‘인맥 논란’을 잠재운 황의조, 결승전 선제골을 터뜨린 ‘당돌한 막내’ 이승우, ‘캡틴’으로 팀을 이끈 손흥민 등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출전 시간만 놓고 따지면 김진야(20‧인천 유나이티드)가 단연 금메달 일등공신이다. 김진야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연장 후반 7분 교체로 물러난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18일 동안 7경기, 무려 682분을 달렸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시간을 뛰었다.

174cm 키에 몸무게가 66kg밖에 되지 않지만 지치지 않는 모습으로 ‘체력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학범호의 노예’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김진야(金鎭冶)가 뛰는 모습은 마치 이름에 있는 풀무(冶)와 같았다. 불을 지피기 위해 바람을 넣는 역할을 맡았다. 돋보이진 않지만 꼭 필요했다. 왼쪽 풀백으로 측면 공격을 틀어막고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팀을 거쳐 프로팀에서 뛰는 김진야는 지난 5일 그야말로 금의환향했다. 프로 2년차 선수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돌아왔다. 인천 유나이티드 욘 안데르센 감독과 면담 직후 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야는 “일주일 휴가를 받았다. 드디어 쉰다”면서도 “이제는 인천을 위해 뛸 시간”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아시안게임을 마친 소감은.
▲ 공항에 도착했을 때 정말 많은 팬이 나왔다. 그때야 우리가 큰일을 하고 돌아왔구나 느꼈다. 현지에서도 교민 응원이 큰 힘이 됐다.

- 강철 체력을 자랑해 많은 별명을 얻었다.
▲ 열심히 뛴 결과라고 생각하니 영광스럽다. 더 많은 별명이 생기도록 노력하겠다. 개인적으로는 ‘김학범호의 노예’란 별명이 신선하고 웃기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다.

- 체력의 비결은.
▲ 엄마의 맛있는 밥이다. 샤부샤부에 좋은 해산물을 넣어서 자주 먹는다. 또 어렸을 때부터 체격이 크지 않아 한약, 장어즙, 붕어즙도 자주 먹었다. 몸에 좋은 음식이 많이 축적돼 그런 것 같다(웃음).

- 18일 간 7경기, 힘들진 않았나.
▲ 힘들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전국 대회에 나가면 이런 일정을 소화한다. 그런데 국가대표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그래도 대표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줬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교대로 얼음물에 몸을 담그고 이동할 땐 쫄바지를 입었다.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했는데.
▲ 솔직히 지금껏 축구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K리그 시즌 중이었기 때문에 힘들어할 겨를도 없었다. 빨리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부모님도 마음이 좋지 않았을 텐데 나중에 더 좋은 대회에 나가면 된다고 다독여 주셨다.

- 금메달 포상금은 어디에 쓸 생각인지. 
▲ 포상금이 있는지도 몰랐다. 얼마 전에 기사를 보고 알았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좋은 곳에 쓰겠다.

   
▲ 김진야.

- 축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 원래 태권도를 했다. 아버지가 남자는 운동 하나쯤은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6살 때 시작했다. 승단 심사 중 줄넘기를 못 해서 떨어졌다. 그러고는 창피해서 도장에 가지 않았다. 그 뒤에 축구를 시작했다. 만약 그때 승단 심사에 붙었다면 태권도로 이 메달을 땄을 수도 있다(웃음). 지금도 줄넘기는 잘 못한다.

- 공부도 곧잘 했다고.
▲ 초등학교 때 조금 했다. 엄마가 동네 공부방 선생님이었다. 축구부 친구들도 시험 기간에 엄마한테 배웠다. 전교 1등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평균 90점을 조금 넘었다.

- 요새는 영어 공부에 빠졌다던데.
▲ 박지성 선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을 때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 나도 유럽 진출이라는 큰 꿈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했다. 프로에 와서는 일부러 외국인 선수에게 말을 걸었다. 호주에서 온 쿠비와 자주 대화한다. 말이 통할 때 짜릿하다. 오랜만에 공부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왔다.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부럽진 않나.
▲ 안 부럽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대학교에 가면 또래 친구도 많이 사귀고 자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부럽다. 인생에서 축구 이외에 중요한 다른 면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소속팀)는 온통 선배뿐이다.

- 축구 외 취미는.
▲ 취미가 진짜 없다. 이기형 전 감독님이 취미 좀 가져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축구만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많이 생각해봤는데 아직도 찾지 못했다. 여행도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끝나고 일본 오사카로 2박 3일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 힘들었다. 축구 체력과 여행 체력은 별개구나 싶었다. 아직까진 축구가 가장 재밌다.

- 부쩍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는지.
▲ 대회 전과 비교해 SNS 팔로어 수가 1만 명 가까이 늘었다. 프로에 오고 SNS를 자주 안 하려고 했다.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고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근황을 알려 달라는 메시지를 종종 받는다. 팬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활동하는 게 예의구나 싶다.

- 나이 많은 와일드카드 3인방이 어렵진 않았나. 
▲ 형들이 먼저 다가와 줬다. 나이로 인한 벽을 없애야지 한 팀이 될 수 있다고 대회 내내 말했다. 경기 중 급할 때는 반말을 쓰기도 했다. 선수들끼리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분위기가 정말 유쾌했다. 서로 재미있는 사진 올리고 깔깔 대면서 힘든 순간을 잊었다. 주로 (김)민재형과 (조)유민이형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 아시안게임에서 활약 중인 김진야.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 ‘주장’ 손흥민은 어땠는지.
▲ 흥민이형도 자기가 처음 주장을 맡아서 대회에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 워낙 세계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흥민이형의 한마디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말이 앞서지 않고 행동이 먼저였다. 경기장에서 솔선수범하니까 모두 잘 따랐다. 대회가 끝나고 “여기서 만족하면 축구 인생도 여기서 끝”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 ‘호랑이’ 김학범 감독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 나도 울컥했다. 선수들끼리는 감독님의 눈물을 기쁨의 눈물로 꼭 바꿔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코치님들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대회 기간 식사 시간에 늦거나 훈련 시간을 못 지키면 벌금을 조금씩 걷었다. 벌금에 더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선물을 마련할 생각이다.

- 금메달을 따고 누가 가장 기뻐했나.
▲ 할머니가 편찮으시다. 아시안게임 전에 병원에 가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금메달을 선물로 드렸다. 정말 기뻐하셔서 뿌듯했다. 또 대회 기간 아버지 생신도 있었는데 큰 선물을 안겨드렸다.

- 함께 주전 풀백으로 활약한 김문환은 A대표팀까지 뽑혔는데.
▲ 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풀백을 오래 본 것도 아니다. 배울 점이 더 많다.

- 그래도 풀백으로 전환한 지 1년 만에 성과를 냈다.
▲ 지난해부터 조금씩 풀백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K리그에서 공격진은 외국인 선수가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장기적으로 보고 풀백으로 변신한 것도 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한국 대표팀에도 풀백 기근 현상이 있다. 솔직히 욕심도 난다. 

- 유럽 진출은 언제쯤.
▲ 좋은 기회가 찾아오면 놓치고 싶지 않다. 고교 1년 후배 (정)우영이와 카톡을 자주 한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프랭크 리베리,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랑 연습 경기를 뛰었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빨리 가고 싶다.

- 앞으로의 목표는.
▲ 단기적으로는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가 강등권이기 때문에 K리그1 생존에 힘을 쏟겠다. 장기적으로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서고 A대표팀에도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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