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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아빠 둔 여자 축구선수 “판정 항의 못해요”
서동영 기자  |  mentis@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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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30  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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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대 수비수 안현희와 안인선 심판.

안인선 심판의 딸 문경대 수비수 안현희
어릴적 아빠 따라 축구장 다니다 선수로

[축구저널 서동영 기자] 경북 문경대 여자축구부 1학년 중앙 수비수 안현희(19)는 좀처럼 판정에 항의하는 법이 없다. 자칫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크게 혼이 난다. 아버지 안인선(51) 씨는 올해로 16년차 베테랑 심판이다.

문경대는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경남 창녕에서 열린 제26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에 참가했다. 26일 강원도립대전에 선발 출전한 안현희는 팀의 1-4 패배가 자신 탓인 것만 같았다. 고개를 숙인 그에게 반가운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의 부녀 상봉이다. 강원도 속초에 사는 아버지와 경북 문경시 학교 기숙사에 있는 딸은 자주 만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안인선 심판은 둘째 딸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웬만해선 빠지지 않고 관전하려고 애쓴다. 이번에는 일정이 맞지 않았다. 1급 심판인 그는 지난 2~13일 열린 남자 고교 대회(무학기)에서 휘슬을 불었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심판 보수 교육까지 진행돼 이날에야 창녕을 찾았다. 

   
▲ 지난 1월 문경대 필리핀 전지훈련에 참가한 안현희(뒷줄 왼쪽 두번째).

아버지를 만난 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가 금방 사라졌다. 이날 플레이 때문에 꾸중을 들었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늘 그랬다. 안현희는 꼬마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축구장에 갔다. 안 심판이 휘슬을 입에 물고 그라운드를 누빌 때 구석에서 공을 차며 놀았다. 자연스럽게 축구에 관심을 갖게 돼 초등학교 때 선수가 됐다. 중학교 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던 안 심판은 이때부터 딸의 따끔한 조언자가 됐다.

안현희는 가끔 너무할 정도로 직설적인 아버지가 미울 때도 있다. 물론 자신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학교 때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자 축구를 그만두려 했다. 아버지는 방황하는 딸을 끊임없이 설득해 다시 축구화를 신겼다. 

든든한 아버지 때문에 이따금 곤란할 때가 있다. 경기 때 심판으로부터 “네가 안 선배 딸이로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평소보다 바짝 긴장하게 된다. 안현희는 “아빠가 늘 페어플레이를 강조해 심한 파울을 자제한다. 항의도 거의 안 한다”고 밝혔다. 

   
▲ 안인선 심판이 지난 4월 U리그 동국대-아주대 경기에서 부심을 보고 있다.

아버지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부모처럼 큰 소리로 응원하지 못한다. 행여 자신 때문에 판정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까 관중석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한다. 같은 팀 선수 부모가 “이건 파울 아니냐”고 물으면 “심판 판단이 옳았다”고 답할 뿐이다. 또 경기 전 부모들에게 “우리는 절대 심판에게 항의하지 말자”고 유도한다. 

문경대는 이번 대회 1무 5패를 기록했지만 안현희는 김대원 감독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키(169cm)가 커서 수비수로 제격이다. 내년에 꽃을 피울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현희는 “보은 상무에 입단해 군인이자 선수로 WK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심판의 길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고등학교 때 4급 자격증을 땄다. 안현희는 “공정한 판정에도 억울하게 비난을 받는 아빠를 보며 자랐다. 심판이 얼마나 어려운 직업인지 잘 알고 있다. 당장 큰 관심은 없지만 만약 휘슬을 불게 된다면 각오 단단히 하겠다”고 말했다. 안인선 심판은 “정말 생각이 있다면 내가 직접 가르치겠다. 잔소리 강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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