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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태클] 막 오른 K리그, ‘진검승부’는 이제 그만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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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5  09: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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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전북과 울산의 K리그1 공식 개막전. 전북이 특유의 ‘닥공’을 뽐냈다. / 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K리그가 막을 올렸습니다. 살 떨리는 승부의 무대가 열리며 뜨거운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개막전을 비롯해 중요한 경기를 ‘진검승부(眞劍勝負)’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요. 스포츠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 따위에서도 양쪽이 한판 힘을 겨룰 때 종종 이렇게 씁니다. 하지만 우리말 사전에는 올라 있지도 않은 일본말입니다.

교육자이자 우리말연구가인 이오덕(1925~2003) 선생님은 이렇게 혀를 찼습니다. “진검승부란 말은 옛날 일본의 무사(사무라이)들이 서로 원수가 되었을 때 진짜 일본칼로 마주 서서 사생결단을 내던 야만스런 풍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째서 이런 말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자꾸 쓰이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우리말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를 참 많이 씁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입장(立場)’이 자주 지적 받는 단어지요. 표준국어대사전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하고 ‘처지(處地)’로 순화하라고 덧붙였습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 즐겨 쓰는 ‘~에 대해서’ ‘~에 있어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도 일본어투이지요.

어떤 사람은 이렇게 물 건너온 말이 우리말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외국에서 온 말이 굳어지면 우리 얼이 깃든 고유어는 사라집니다. 외국어 어휘와 표현을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면 우리말을 다양하게 쓸 기회가 줄어듭니다. 우리말의 발달에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요.

   
▲ 1일 전북-울산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팀마다 개성 있는 축구를 하기를 원하는 팬이 많다. / 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몇 년 전부터 축구 지도자들 입에 ‘패스축구’가 자주 오릅니다.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페인의 ‘티키타카’가 크게 유행한 데 영향을 받았다고 짐작합니다. 팀의 특성이나 지도 철학을 ‘패스축구’ 한마디로 뭉뚱그리는 지도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공격축구’ ‘재미있는 축구’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축구인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패스축구, 공격축구, 재미있는 축구가 오히려 축구를 너무 단순하게 만들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이 이렇다’ ‘팬이 원하는 축구가 이렇다’는 틀에 갇히면 팀마다, 지도자마다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을까요.

진검승부는 정면 승부라고 하거나 한판 붙다, 온 힘을 다해 겨루다, 총력전을 펼치다 따위로 다양하게 쓰면 됩니다. 입장도 꼭 처지가 아니더라도 내용에 따라 생각, 태도, 관점으로 바꿔 쓰면 말과 글이 더 풍요로워집니다. 다채로운 축구가 K리그를 풍요롭게 만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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