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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태클] ‘도쿄대첩 승리’라고 하지 마세요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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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8  14: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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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 4번째 골을 넣은 뒤 염기훈 김신욱 등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4-1로 ‘도쿄대첩’을 거뒀다. /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결혼식에서 주례가 신랑을 소개하며 흔히 “OO대학교를 나와 OO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재원”이라고 합니다. 틀에 박힌 말이라 재미없지요. 게다가 잘못된 말까지 나오니 이런 주례사를 들을 때마다 좀 민망하기도 합니다.

‘재원’은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재주 재(才)와 여자 원(媛)이지요. 재화나 자금이 나올 원천이란 뜻을 가진 재원(財源)이란 말을 신랑에게 썼을 리는 없습니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란 의미로 재원이라고 했겠지만, 남자에게는 쓸 수 없는 말이지요.

어휘의 뜻을 정확히 모르면 이렇게 뜻한 바와 다르게 잘못을 저지릅니다. ‘대첩’도 많은 사람이 뜻을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많은 말입니다. 대첩은 큰 대(大)와 이길 첩(捷), 즉 크게 이김 또는 큰 승리라는 의미지요.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대첩….

요즘은 역사가 아닌 스포츠 관련 글에서 종종 등장합니다. 하지만 ‘일본과의 도쿄대첩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쓰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대첩을 크고 중요한 전투(전쟁)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경우에는 대첩이 아닌 ‘결전’이나 ‘일전’을 쓰는 것이 맞습니다.

   
▲ 일본을 꺾고 E-1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A매치를 기분 좋게 마쳤다. /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대첩 하면 축구팬은 누구나 1997년 9월 28일 도쿄대첩을 떠올릴 겁니다. 한국이 일본에 0-1로 지고 있다가 서정원의 동점골에 이어 이민성의 역전 결승골이 터졌습니다. 온 국민이 환호했습니다. 방송 캐스터가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소리치기도 했지요.

한 골 차로 이겼지만 대첩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없는 통쾌한 승리였습니다. 대회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상대는 국민감정까지 좋지 않은 숙적, 장소는 일본축구의 심장이라고 할 도쿄국립경기장… 게다가 역전승이었으니!

지난 16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도쿄에서 일본에 4-1로 크게 이겼습니다. 역시 역전승이었습니다. 주축 선수가 많이 빠진 일본과 겨뤘다고는 해도 대첩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한 해 동안 성원보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기에 2017년의 마지막 A매치에서 거둔 승리가 더 소중합니다. ‘도쿄대첩 승리의 주인공들’이 아닌 ‘도쿄대첩의 주인공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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