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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태클] 상대 수비수를 벗기지는 말고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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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4  09: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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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용이 지난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세르비아 선수를 제치고 있다. /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수비 세 명을 벗기고 들어갔네요. 대단합니다.”

TV로 축구 중계를 볼 때가 많습니다. 해설자나 진행자 입에서 종종 귀에 거슬리는 말이 나옵니다. ‘벗기다’가 그중 하나지요. 공격수가 상대팀 수비수를 제치는 장면에서 해설자가 이런 표현을 쓰더군요. 상대편 유니폼을 벗긴 것도 아닌데….

“걘 니꾸바리가 올라서 한동안 뛰지 못할 걸.” 오래 전 축구 취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니꾸바리’라는 말을 접하고 당황한 기억이 납니다. 많은 지도자가 다리 근육 손상을 니꾸바리라고 하더군요. 근육을 뜻하는 ‘니꾸’와 떨어지다라는 의미의 ‘바나레’가 합쳐진 일본말 ‘니꾸바나레’의 잘못이라고 풀이해 놓은 글을 어디선가 본 건 한참 뒤였습니다.

벗기다나 니꾸바리나 축구계(또는 스포츠계)에서나 쓰이는 말입니다. 일반인에게 벗기다는 매우 어색한 표현이고, 니꾸바리는 아예 뜻을 알 수 없는 용어지요. 그러니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에서 ‘수비수를 벗기다’라는 말을 대놓고 하는 방송인은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설자는 축구 전문가입니다. ‘나는 축구 현장과 축구인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겠지요. 이런 자부심을 드러내는 방법의 하나로 잘못된 표현조차 마치 전문 용어인 양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끼리끼리 하는 말의 문제는 그 울타리 밖과 소통을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축구인끼리나 하는 말이 전문가라는 해설자의 입을 통해 방송에 등장하는 것이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경기 중계는 팬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해설자와 진행자가 일반 시청자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이야기를 쉽고 바른 말로 전달해야 축구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요.

‘벗기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참 많은 뜻이 있네요. 그중 하나가 ‘빗장이나 단추 따위를 풀어서 열리게 하다’입니다. ‘상대의 수비 빗장을 벗기다’라는 표현은 맞습니다. 하지만 ‘수비수를 벗기다’는 ‘제치다’ ‘따돌리다’ ‘뚫다’ ‘돌파하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지난주 초·중·고·대학교 축구부 지도자와 학생선수 부모들이 축구회관의 빗장을 벗겼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불통 행정을 규탄하며 소통을 촉구했지요. 수비수를 ‘제쳐야’ 골을 넣을 수 있고, 빗장을 ‘벗겨야’ 소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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