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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진출 트레이너 "청소만 하다가…"[이동준의 바티골] 권혁준 중국 다롄 아얼빈 트레이너 인터뷰
이동준 DJH 매니지먼트 대표  |  djlee@djhmg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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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2  13: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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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준 트레이너
중국 축구구단이 지불하는 외국인 용병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바로셀로나에서 뛰던 세이두 케이타(33)와 파리생제르망의 기욤 오아로(29)가 중국 슈퍼리그 다롄 아얼빈으로 진출하면서 약속 받은 연봉은 각각 400만 유로(약 58억원)씩이다. 이 두 선수의 연봉은 국내 시민구단 1년치 예산과 맞먹는다.

자연스레 구단은 비싼 몸값의 그들을 관리해줄 누군가를 찾게 됐고 결국 중국 최초로 외국인 선수 전담 트레이너를 고용했다. 그가 바로 15년 K리그 역사와 함께한 권혁준 트레이너다. ‘국내 1호 해외진출 트레이너’, ‘중국 최초의 외국인 선수 전담 트레이너’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얻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을 터. 끊임없는 노력으로 차근차근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그를 중국 현지에서 만났다.

중국의 ‘축구 수도’를 자처하는 다롄을 찾았다. 이곳은 과거 안정환 선수가 마지막 선수 경력을 불태웠던 도시이기도 하다. 긴 출장이 끝나가던 터라 피곤했지만 이번 여정 중 권혁준 트레이너와의 만남이 가장 기대됐기에 다롄에 도착하자마자 기쁨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필자를 입국장까지 마중나왔다.

권 트레이너는 지난 1997년 부산 대우 로얄즈에 입사하며 프로축구와의 첫 인연을 맺었다. 2003년 인천 유나이티드 창단 멤버로 영입된 이후 2011년까지 안정환, 우성용, 설기현, 유병수 등 국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리고 2012년, 한국에서의 보장받은 삶을 버리고 중국 슈퍼리그 명문팀 다렌 아얼빈의 트레이너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장외룡 감독의 전화 한 통 “권 선생, 넘어와”

어느 날 중국 장외룡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 감독은 다짜고짜 그에게 다롄 아얼빈이란 클럽으로 함께 넘어가자고 이직을 제안했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트레이너의 해외 이직은 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

그는 “사실 조건만 따지고 보면 한국보다 좋았다. 하지만 당시 수석 트레이너로서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던 데다 나중에 중국에서 돌아왔을 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처음에 망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깊은 고민 끝에 그는 결국 중국행을 택했다. 부산 대우에서부터 15년간 인연을 맺었던 장외룡 감독에 대한 믿음과 자신을 도와 일해준 후배들에게 성장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하루만 더 버티자, 하루만 더

장외룡 감독만 믿고 시작한 다롄 아얼빈에서의 트레이너 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3개월 만에 장외룡 감독의 팀 내 입지가 좁아졌고 급기야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구단에서도 그에게 몇 개월치 월급을 미리 받고 떠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라는, 사실상의 해고 통보를 했다.

권 트레이너는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그때는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한숨만 나왔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후배들에게 개척자 선배로 멋지게 보이고 싶었는데…”라며 당시 난감했던 심경을 내비쳤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힘들게 돌아갈수록 오기가 생겼다. 권 트레이너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과 후배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출근시간보다 2시간 빨리 훈련장에 도착하고 남들보다 늦게 퇴근히며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구단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특히 사무직원들과 코치들의 텃세가 심했다. 선수들이 쓰는 모든 곳의 위생을 담당하라며 청소도구도 주지 않은 채 헬스장 청소를 시켰다. 일부러 진흙 묻은 신발로 헬스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때 그는 속으로 ‘하루만 더 버티자, 하루만 더’라는 생각을 하며 버텼다.

당신은 이제 외국인선수만 관리하면 됩니다

그러던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다렌 아얼빈 구단주가 훈련장을 방문하기로 한 날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파비오 로쳄백(32)이 훈련 중 심한 근육통을 겪게 됐다. 모두 급히 권 트레이너를 찾았다. 묵묵히 헬스장 청소를 하고 있었던 그는 소식을 듣자마자 급히 달려가 선수의 진통을 그치게 했다.

구단주가 권 트레이너에게 어디 있었느냐고 꾸짖었다. 그가 헬스장 청소를 하고 있었다고 답하자 구단주는 즉시 호통을 치며 권 트레이너에게 팀 내 외국인 선수들에만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그간 서러웠던 일이 끝나는 순간이자 중국 내 최초로 외국인선수 전담 트레이너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구단주 입장에서는 연간 150억원 가량 투자하는 외국인선수에게 권 트레이너와 같은 관리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터 우타카 “권, 당신을 위해 뛰었어”

지극정성으로 선수를 돌보는 그의 열정은 주변을 차츰 감복시켰다. 어느 일요일 새벽 1시, 권혁준 트레이너는 긴급한 전화 한 통에 잠이 깼다. 지난 여름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 덴마크리그 득점왕이자 나이지리아 국가대표인 피터 우타카(29)가 매우 아프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급히 택시를 타고 우타카 집에 도착한 권 트레이너는 우타카의 상태가 감기몸살로 인한 심한 발열이라고 판단, 긴급히 조치를 취했다.

   
▲ 2012년 아얼빈 그룹 건설현장 견학 때 권혁준 트레이너(왼쪽)와 피터 우타카가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감기약을 투여하면 금세 마무리될 일이지만, 도핑테스트 등 문제가 될 여지가 있었다. 그래서 찬물을 수건에 적셔가며 열을 낮춰야 했다.”

고열에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세계적인 공격수 우타카를 품에 안고 권 트레이너는 우리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밤새 보살폈다. 그의 정성으로 우타카는 새벽 6시경 열이 떨어졌고 그제서야 잠이 들었다. 그는 우타카에게 한국식 미음을 끓여주는 등 최선을 다해 보살폈고 덕분에 우타카는 경기 3일전 훈련장에 복귀했다. 권 트레이너는 그를 위해 직접 회복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드디어 경기날 우타카는 스타팅 멤버로 출전해 70여분 간 선제골과 결승골을 연달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우타카는 교체돼 벤치로 들어서자마자 권 트레이너를 껴안으며 “권, 당신을 위해 뛰었어”라고 말했다.

후배들아, 길은 열려있다

권혁준 트레이너는 “한국 트레이너가 해외리그에 근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해외로 나가보니 언어소통, 지역 의료시스템 정보, 리그에 대한 지식 등 스스로 너무 부족한 것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중국축구의 성장세를 봤을 때 향후 2~3년간 전문트레이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후배들이 착실히 내공을 쌓아 해외리그로 진출해 한국 트레이너의 위상을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전에 굴하지 않는 용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끝까지 버텨나간 끈기, 그리고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간 권 트레이너의 중국 현지 성공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트레이너란 ?
스포츠 팀의 스태프로서, 선수들의 부상 방지 및 치료를 행하고, 경기시 다친 선수들에게 응급 처치를 해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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