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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태클] ‘잔류’ 탓에 초라해 보인다면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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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0  10: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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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형 인천 감독이 홈팬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은 지난 18일 최종전에서 상주를 꺾고 클래식에서 살아남았다. / 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잔류(殘留) [명사] 뒤에 처져 남아 있음.

얼마 전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피식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예전 한 정치인의 비리를 언급하며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 사건”이라고 하더군요. 출연자가 ‘회자’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서 한 말이었지요. 회자(膾炙)는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 출연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단어 뜻의 뒷부분,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이라는 의미로만 알고 사용합니다. 하지만 ‘칭찬을 받으며’라는 앞부분까지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지탄 받은 일은 결코 회자될 수 없는 법이니, 그 라디오 출연자는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말을 한 겁니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이 지난 주말 올시즌을 마쳤습니다. 최종전 결과 인천과 전남이 아슬아슬하게 클래식에 남게 됐습니다. 두 팀 모두 강등 위기에서 벗어났기에 기쁨이 컸습니다. 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에서 ‘잔류’라는 말을 썼습니다. 리그 막바지 챌린지(2부리그)로 떨어지지 않고 클래식에 남으려는 치열한 다툼을 ‘잔류 경쟁’이라고 하더니, 인천과 전남의 소식을 전하며 ‘잔류를 확정했다’고 하더군요. 프로축구연맹이나 구단의 보도자료 등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 상주 여름(맨 왼쪽)이 18일 인천과의 클래식 최종전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상주는 승강 플레이오프로 밀리며 강등을 걱정하게 됐다. / 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사전 풀이처럼 잔류는 그냥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뒤에 처져’라는 전제가 붙습니다. 잔류 병력, 잔류 부대 등으로 쓰이지요. 다수, 주력, 주축이 떠난 뒤 남는 경우가 잔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축구 최상위 리그인 클래식에 계속 머물게 된 것을 잔류라고 표현하면 말이 되지 않겠지요. 영광스러운 무대에 남는 것이 잔류라니요. 잔류라는 말 때문에 클래식의 위상까지도 초라해 보인다면 억측일까요.

냉혹한 승부의 세계임을 반영해 ‘(클래식) 잔류 경쟁’은 ‘(클래식) 생존 경쟁’, ‘잔류를 확정했다’는 ‘살아남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당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글의 흐름에 따라 다른 여러 가지 표현을 쓸 수도 있겠지요. 천신만고 끝에 최고의 무대에서 살아남은 인천과 전남에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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