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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넘친 승부사’ 조진호 감독을 보내며
박재림 기자  |  jamie@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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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0  13: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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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저널=박재림의 뷰티풀 게임] 정겨운 그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만나거나 통화할 때마다 구수한 사투리로 반가움을 전하던 조진호 감독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K리그 챌린지(2부) 부산 아이파크를 지휘해온 조 감독이 10일 오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불과 이틀 전 열린 경남과의 경기에서도 별 이상 없이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이날 부산 화명동 숙소에서 훈련장으로 향하던 중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만 44세 젊고 유능한 지도자와의 영원한 이별이다.

그는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두 차례나 나갔고 1994년 성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도 출전했다. 작은 키(174cm)에도 빠르고 힘이 넘치는 공격수로 상대팀을 괴롭혔다. 또 프로 선수로 포항, 부천, 성남 등에서 뛰며 1996년 FA컵 초대 MVP로 한국축구역사에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지도자로도 승승장구했다. 2014년 대전 시티즌 감독으로 챌린지 우승과 클래식(1부) 승격을 지휘했다. 또 지난해 클래식 상주 상무를 맡아 군팀 최초 스플릿라운드 그룹A(상위 6개팀) 진출을 이끌었다. 올해 부산 감독으로 부임해 리그 2위, FA컵 4강 진출 등 좋은 성적을 냈다. 

   
▲ 지난해 12월 부산 감독 부임 인터뷰 때 밝게 웃고 있는 조진호 감독.

특유의 자신감과 승부사 기질로 성공가도를 달린 그는 그라운드와 벤치 밖에선 유쾌하고 정 많은 사람이었다. 한국인 선수는 물론 외국인 선수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박준태, 허범산(아산 무궁화) 등 올시즌 부산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오로지 감독님만 보고 부산에 왔다”고 했다. SNS 활동으로 팬들과도 가까웠다. 

올시즌 취재 도중의 일이다. 경기 전 인터뷰를 메모하던 중 갑자기 볼펜이 나오지 않아 허둥댄 적이 있다. 그때 조 감독이 아무 말 없이 손에 쥐고 있던 펜을 건넸다. 부산 홈경기 취재를 가면 “먼 곳까지 내려와 줘서 고맙다”며 손을 부여잡았다. 머물 숙소는 괜찮은지를 물어보는 세심함에 감동도 받았다. 축구기자로 약 4년 동안 일하면서 프로팀 감독에게 인간적인 정을 느낀 건 그가 유일했다. 

올시즌 부산 지휘봉을 잡으며 조 감독은 서울의 가족과 떨어져 생활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숙소 뒷산을 오른다던 그는 “여기 올라오면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는 말을 덧붙였다. 승부의 세계가 주는 중압감이 얼마나 컸으랴. 늘 건강해 보이고 웃음이 넘치는 지도자였기에 그 뒤의 그림자를 미리 염려하지 못한 것이 참 죄스럽다.

지난여름 조 감독과의 전화 인터뷰 말미. 부산의 클래식 승격만 보고 거북이처럼 전진하겠다는 목표에 덧붙여 그는 기자와 개인적 약속을 하나 했다. “서울에 기가 막힌 양꼬치집을 안다. 박 기자, 시즌 끝나면 양꼬치 한 번 먹자.” 갑작스런 비보 앞에 허망한 눈물이 흐른다.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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