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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전 손가락질보다 무서운 ‘그럼 그렇지’
박재림 기자  |  jamie@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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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7  01: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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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저널=박재림의 뷰티풀 게임] ‘어차피 못 이길 거 같은데… 그냥 일찍 자련다.’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 동안 주변의 연락을 꽤 받았다. 이란전을 앞두고는 예상 스코어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 전에는 대표팀의 월드컵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한동안 소원했던 이들도 연락을 해온 걸 보면 이번 2경기가 확실히 평소보다 큰 관심을 끈 것 같다. 왜 아닐까. 1986년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될 위기였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5일 밤 우즈벡전 킥오프를 몇 분 앞두고 받은 ‘그냥 자련다’는 메시지다. 그는 평소 K리그와 해외 주요 리그 소식을 두루 챙기는 축구팬이기에 의외였다. 우즈벡전이 끝나고 인터넷 댓글을 보니 비슷한 생각을 한 팬이 적지 않은 듯했다. ‘경기 안 보고 잠을 잔 내가 승자’ ‘그럴 줄 알았다’ 등의 내용이 눈에 띄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최종예선 10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시원하게 이긴 적이 없다. 2골 차 이상으로 이긴 경기가 없고, 연승을 달리지도 못했다. 새로운 라이벌로 급부상한 이란을 상대로는 2경기 180분 동안 유효슈팅을 하나도 못 때렸다. 중국, 카타르 등 한 수 아래로 여긴 팀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그나마 이번 2연전을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나고 신태용 감독이 부임하며 여론이 바뀌는 듯했으나 연속 무득점 무승부로 민심은 다시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란전이 끝난 뒤 대표팀 주장 김영권의 말실수도 팬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2002년 4강, 2010년 16강 성과 등으로 국민의 큰 박수를 받은 대표팀이 어느덧 ‘애증’의 대상이 됐다. 

   
▲ 한국-이란전이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찼다. 기대감을 잃은 대표팀이 또 한 번 6만 관중을 모을 수 있을까.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사실 애증까지도 괜찮다. 이번 2연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많은 사람이 얘기한 ‘월드컵 한 번 떨어지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의견도 그 바닥에는 한국축구 혁신 기대감이 깔려 있다. 당장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도 새 출발의 계기가 된다면 지구촌 축제를 한 번쯤 남의 축제로 구경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축구가 진짜 무서워해야 할 것은 무관심이다. 대표팀의 거듭된 졸전은 팬들을 체념하게 만든다. 더 이상 대표팀 경기가 기다려지지 않는다. 별로 기대할 모습 없는 팀을 위해 누가 밤잠을 포기하고, 주머니 털어 경기장을 찾을까.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대한축구협회의 졸속 행정이 팬들의 믿음을 거둬갔다. 

9회 연속, 그리고 아시아 최초 통산 본선 진출 10회.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에 한국의 성과를 알렸다. 그러나 정작 한국팬들은 대표팀의 헹가래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비단 최근 2경기 결과 때문이 아니다. 짧게는 최종예선 10경기를 치른 최근 1년, 길게는 2011년 아시안컵 이후 계속된 대표팀 부진과 수십년 동안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협회 때문이다. 

안 봐도 알 것 같은 축구. 이대로라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3경기도 ‘그럼 그렇지’다. 내년 6월 월드컵 개막까지 9개월 남았다. 그동안 대표팀도, 협회도 달라져야 한다.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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