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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이긴 열정, 여성 감독의 도전
박재림 기자  |  jamie@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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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1  0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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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진 충남인터넷고 감독. 2014년 여자 U-20 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8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이달부터 충남인터넷고 지휘 윤수진 감독
15년 전 심각한 부상으로 선수 은퇴 ‘눈물’
지도자로도 고난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아

[축구저널 박재림 기자]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더군요. 직감했죠. 여기서 끝이구나….”

15년 전 그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흥이 채 사라지지 않은 7월이었다. 당시 여자 실업팀 숭민원더스의 21살 신인 윤수진은 휴가를 나가기 전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온몸이 바위처럼 굳어 있었다. 몇 년 전 들었던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허리가 너무 안 좋다. 축구를 계속하다가는 전신마비가 와서 불구가 될 수도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한 8년의 축구선수 인생이 그렇게 끝났다.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죠. 2002년 7월 12일이었습니다. 의사가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축구를 포기할 수 없었는데 실제로 전신마비가 오니까 꿈을 놓을 수밖에 없더군요. 수십 분 뒤 마비는 풀렸지만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선수단 앞으로 편지를 남기고 숙소를 나왔죠.”

선수 생활은 그만뒀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 남았다. 서울 신양중-위례정산고(현 동산정산고)-영진전문대를 거쳐 숭민원더스에서 뛰는 동안 감독들로부터 ‘나중에 꼭 지도자를 하라’는 말을 자주 들은 윤수진은 곧바로 축구인생 후반전에 돌입했다. 선수 은퇴를 하고 딱 이틀 뒤 포항여자전자고 감독으로 부임했다. 

   
▲ 2015년 말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를 마치고 감사패를 받은 윤수진 감독이 김호곤 협회 부회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이후 모교 영진전문대 코치로 8년을 보내며 박희영(은퇴) 이민아(인천현대제철) 등 국가대표를 육성했다. 2006년부터 4년 간 여자 A대표팀 코치를 겸임하기도 했다. 2011년 영진전문대가 해체됐다. 그는 이듬해 실업팀 충남일화 코치로 이상윤 감독을 보좌했지만 역시 1년 뒤 팀이 문을 닫았다. 그 사이 몸에 또 다른 병이 생겨 수술까지 했다. 

그 뒤 1년 동안 지도자 공부와 더불어 어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배웠다. 진로상담 멘토링 수업도 받았다. 그리고 2014년부터 2년 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여자 청소년 대표팀을 지도했다. 2014년 여자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8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해부터 휴식기를 보낸 그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달 1일 충남인터넷고(논산) 여자축구부 감독으로 부임했다. 충남인터넷고 축구부도 신임 윤 감독처럼 고난이 많았다. 1991년(당시 연산상고) 출범했지만 내부 갈등 끝에 2015년 해체됐다. 전임 고문희(36) 감독이 다시 선수를 모아서 지난해 재창단했다. 

   
▲ 충남인터넷고 윤수진 감독(앞줄 가운데)과 선수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충남인터넷고는 첫 해 전국여자선수권 8강에 올라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 4월 춘계연맹전 준우승과 5월 여왕기 4강 등 성과를 냈다. 고 감독이 최근 실업팀 경주한국수력원자력 코치로 떠나며 동갑내기 친구 윤 감독을 후임 사령탑으로 추천했다. 

“고 감독과는 지도자 생활 초반부터 알고 지냈죠. 지도 스타일이 서로 비슷해요. 저를 후임으로 추천한 것도 시즌 중 감독 교체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흔들렸던 팀이 전국 강호로 발돋움했는데 다시 휘청이면 안 되겠죠. 선수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앞으로도 고 감독과 자주 연락하고 소통하면서 도움을 얻겠습니다.”  

윤 감독의 충남인터넷고는 22일 경남 합천에서 개막하는 전국여자선수권에서 첫선을 보인다. B조에 속한 충남인터넷고는 충주예성여고(22일) 한빛고(24일) 화천정산고(26일)를 차례로 상대한다. 윤 감독은 “올해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한 선수들만큼 나도 간절하다”며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우승까지 가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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