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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 “탈락 후 붉은악마 격려에 소름 돋아”
이민성 기자  |  footballee@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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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2  0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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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20 월드컵을 마치고 1일 소속사이자 축구저널 발행사인 S&B컴퍼니를 찾은 조영욱.

U-20 월드컵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
유럽 구단 눈도장 받았지만 “아직 부족”
인스타 팔로어 급증… 과자선물도 쌓여
“다음 월드컵 남다른 각오로 준비” 비장

[축구저널 이민성 기자] 꿈만 같았던 시간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1-3으로 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1983년 멕시코 청소년선수권대회의 4강 신화를 안방에서 재현하겠다며 내달린 젊은 태극전사 21인의 도전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U-20 대표 조영욱(18·고려대)은 한국이 치른 4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었다. 신태용 감독이 추구한 공격 축구의 최전방에 섰다. 조영욱은 구름 관중 속에서 뛴 시간을 “꿈처럼 행복했다”고 말했다. 조영욱은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소속인 이승우 백승호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비록 1골도 넣지 못했지만 국가대표팀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몇몇 유럽 스카우트의 눈도장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조영욱은 만 18세로 대표팀에서 가장 어리다. 다음 U-20 월드컵에도 출전할 수 있다. 유니폼을 벗고 오랜만에 사복을 입은 조영욱은 영락없는 대학 새내기였다. 1일 조영욱을 만나 U-20 월드컵 이야기를 들었다.

   
▲ 조영욱이 포르투갈과의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 대표팀은 포르투갈전 다음날 해산했다. 어떻게 지내는지.
▲ 일단은 쉬고 있다. 다음 주 화요일에 고려대로 복귀한다. 집에서 TV를 켜면 월드컵 재방송이 자주 나온다. 미련이 생길까 봐 채널을 돌린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생각이 난다. 너무 일찍 끝나버려서 아쉽다.

- 대회를 마친 소감은.
▲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았다. 국내에서는 피지컬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외국 선수들과 붙어보니까 웨이트 트레이닝이 더 필요하단 걸 느꼈다.

- 결국 골을 못 넣고 대회를 마쳤다. 기니전 골은 비디오 판독으로 취소됐는데.
▲ 두고두고 생각난다. 그날 밤 비디오 판독으로 골이 취소되는 꿈까지 꿨다. 포르투갈전에서는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걸렸다. 이미 깃발이 올라간 걸 알았지만 아쉬워서 골대로 공을 찼다. 골을 못 넣어 동료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저돌적인 플레이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공이란 걸 직감했다. 머리로 먼저 건드리면 골이 되거나 페널티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상은 생각도 안했다. 나중에 키커로 골을 넣은 승호형이 안아주면서 “네가 넣은 골”이라고 해주더라. 고마웠다.

- 골은 못 넣었지만 호평을 받았는데.
▲ 힘이 많이 났다. 특히 이영표 안정환 해설위원이 칭찬을 해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놀랐다. 2002년 4강 신화를 만든 선배님들이어서 더 기운이 났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과찬이다.

- 유럽 스카우트의 눈에도 들었다고.
▲ 유럽 진출이 꿈이다. 손흥민 기성용 선배처럼 외국에 나가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조금 더 성장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팀에서 뛸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 U-20 월드컵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수비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조영욱.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 이번 대표팀에 많은 관심을 쏠렸다. 여러 반응이 있었는데.
▲ 경기가 끝나면 대부분 선수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본다. 물론 댓글도 읽는다. 개인적으로 ‘쟤는 진짜 물건이다’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반면 ‘딴 일을 알아보라’는 악플도 있었다. 평소 댓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인데도 조금은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고 대표 선수로서 받아들여야 할 채찍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대회를 통해 인기도 많아졌다.
▲ 오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내렸더니 뒤에서 “조영욱이랑 닮았다”고 하더라.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한 달 전보다 8000명이나 늘었다. 드디어 1만 명을 넘었다(웃음). 승우, 승호형에 이어 팀 내 3위가 됐다. 팬들이 선물도 많이 챙겨줬다. 형들이 아예 선물로 살림을 차리라고 놀릴 정도였다. 매번 경기장과 훈련장까지 찾아준 팬들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어떤 선물을 받았나.
▲ 과자가 많았다. 과자를 좋아하는데 몸 관리하느라 쌓아놓고 먹지도 못 했다. 이제 먹기 시작했다. 대회 기간이니까 여러 가지를 관리했다. 평소 징크스가 없는데 작은 것도 신경이 쓰였다. 축구화도 꼭 왼발부터 신게 됐다. 나도 모르게 징크스도 생겼다.

   
▲ U-20 월드컵 개막 전 훈련장을 찾은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조영욱.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 슬로건인 ‘신나라 코리아’처럼 이번 대표팀은 유독 분위기가 유쾌했다.
▲ 신태용 감독님이 편안하게 대해줬다. 그동안 엄한 지도자 밑에서 축구를 배웠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격의 없이 장난도 자주 쳤다. 감독님이 회복훈련 할 때 선수들과 같이 러닝을 하는데 뒤에서 몰래 감독님이 뛰는 폼을 따라 하다가 걸렸다. 다음부터 나만 감독님 앞에서 뛰었다.

- 대표팀 막내의 애교로 보면 되나.
▲ 막내지만 사실 1999년 2월생이라서 1998년생과는 친구다. 다만 생일이 늦어 막내가 할 일이 몇 가지 있었다. 버스가 움직이기 전에는 꼭 감독님이 “영욱아 다 왔냐”라고 묻는다. 인원 체크가 내 몫이었다.

- 포르투갈전이 끝나고 라커룸 분위기는.
▲ 다들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님이 들어와서 격려해줬고 감독님이 “소속팀 돌아가서 꼭 뛰라”고 강조하면서 일일이 손을 잡아줬다. 선수들도 아직 패배를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스마트폰 단체채팅방에서도 작별 인사만 하고 아직 서로 말이 없다.

- 탈락이 확정된 뒤 눈물을 흘렸다.
▲ 원래 눈물이 없다. 웬만한 대회 결승에서 져도 안 운다. 그런데 눈물이 나더라. 닦고 닦아도 또 흘렀다. 팀원들한테 미안했고 팬들한테 죄송했다. 끝나고 붉은악마 앞에 섰다. 확성기로 “잘 들으라”고 하더니 응원 구호를 외쳐주셨다. 소름이 돋았다. 더 고개를 못 들겠더라.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교차했다.

- 이번 대표 선수 중 유일하게 다음 U-20 월드컵에도 나갈 수 있는데.
▲ 정정용 U-18 대표팀 감독님도 대회전에 “준비 잘하고 있어라”라고 귀띔해줬다. 이번 대회에서 국민 여러분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대표선수로서 빚을 갚고 싶다. 다음 월드컵에서는 동생들을 잘 이끌겠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경험을 살리겠다. 의례적인 말이 아닌 남다른 마음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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