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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슈틸리케 울린 ‘이호진’ 이야기
박재림 기자  |  jamie@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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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3  02: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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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U-20 월드컵 독일전 결승골 주인공 이호진.

2003년 U-20 월드컵 독일전 몸 날려 골
득점 순간 큰 부상… 돌아가도 같은 선택
“꿈같은 시절, 후배들도 자신감 품고 뛰길”

[축구저널 박재림 기자] “왠지 낯익은 얼굴이라 찾아봤죠. 역시나 그때 독일 감독이더군요.”

이호진(34)은 2014년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의 A대표팀 부임 뉴스를 보고 눈을 비볐다. 2003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20세 이하(U-20) 월드컵 상대였던 독일의 사령탑을 어렴풋이 알아본 것. 국제대회 상대팀 감독을 기억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그날 독일전은 이호진 축구인생에서 큰 의미였다.

이호진은 U-20 월드컵 예선을 겸한 2002년 아시아 U-19 챔피언십 참가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양쪽 풀백과 측면 공격수 자리를 소화하는 다재다능함, 100m를 11초 대로 끊는 폭발적 스피드를 앞세워 박성화 감독의 눈에 들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4강전(2-1 승)과 일본과의 결승전(1-0 승)에서 특유의 ‘치고 달리기’ 능력을 선보이며 상대 수비진의 혼을 빼놨다.

운도 따랐다. U-20 월드컵 티켓 획득에 일조하고도 이호진은 피로골절로 사실상 본선 참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2003년 3월 이라크전쟁이 발발하며 U-20 월드컵 대회도 그해 3월에서 11월로 연기됐다. 최종 엔트리 발표 전날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그는 20인 명단 속 ‘이호진’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2003년 11월 30일. 조별리그 첫 경기 독일전에서 이호진은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격했다. “첫 10분 동안 수비만 했어요. 독일이 엄청 몰아쳤죠. 그때 실점했으면 아마 4~5골은 더 먹었을 거에요.” 초반 공세는 잘 막았지만 반격은 쉽지 않았다. 이호진은 당시 상대 수비수 로베르트 후트(레스터 시티)와의 몸싸움을 떠올리며 “쇠몽둥이로 맞은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 U-20 월드컵 독일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이호진. /사진 제공 : 이호진

후반 6분 독일 선수가 골키퍼에게 헤딩 백패스를 했다. 그때 이호진이 냅다 달려들었다. 몸을 날린 골키퍼보다 그의 오른발이 조금 빨랐다. 선제골. 그러나 그 순간 골키퍼와의 충돌로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고통도 잊고 골 세리머니를 하며 동료들과 뒤엉킨 이호진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독일을 2-0으로 꺾은 한국은 와일드카드(1승 2패)로 16강에 진출했다. 1991년 이후 12년 만의 조별리그 통과. 그러나 이호진은 첫 경기 후 더 이상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벤치에서 응원만 했다. 귀국 후 정밀검사 결과 무릎 힘줄이 끊어져 6개월 이상 재활이 필요했다.

이호진은 2006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라싱 산탄데르와 계약, 이천수를 잇는 한국인 2호 스페인리거가 됐다. 이후 K리그, 핀란드리그, 태국리그 등을 거쳤으나 한 시즌 10경기 이상 뛴 적이 없다. 스페인은 데뷔전이 마지막 경기가 됐고, K리그는 1경기도 못 뛰었다. 매번 부상이 문제였다. 2012년 일반병으로 군에 입대하면서 사실상 은퇴를 했다.

이호진은 “U-20 월드컵 독일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몸의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도 14년 전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를 상상해봤다고 했다. 영광의 순간이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많았기 때문이리라. 그는 “결국 부상도 실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축구선수도 아니었다”며 자책했다.

   
▲ 2003년 U-20 월드컵 독일전 선발 멤버.

“그래도 그 상황이 오면 똑같이 할 것 같아요. 바보 같아도 그게 내 축구 스타일이었죠. 난 기술이 뛰어나거나 화려한 선수가 아니었어요. 많이 뛰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게 장점이었죠. 박성화 감독님도 다른 선수들 앞에서 그러셨대요. ‘그 상황에서 열이면 아홉은 포기한다. 호진이니까 달려든 거다’라고요. 대신 시간을 되돌린다면 무릎 보호대를 차고 뛸 겁니다(웃음).”

이호진은 U-20 월드컵을 ‘행복한 꿈을 꾼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준비 과정에서 국민적 성원을 받았다. 그는 “2002년 월드컵 4강 직후라 청소년 대표팀 평가전에도 4만 명 관중이 모였다. 나를 응원하는 인터넷 팬카페도 있었다”며 웃었다. 비록 본선 1경기 출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또래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며 해외 진출에 강렬한 열망을 품을 수 있었다.

올해 U-20 월드컵은 다음달 20일부터 한국에서 열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A조리그에서 기니(20일) 아르헨티나(23일) 잉글랜드(26일)를 차례로 상대한다. 이호진은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선수들은 볼을 워낙 잘 차서 조언할 게 없다”면서도 “홈팬들 성원을 부담으로 느끼지 말고 전 세계 유망주들과 ‘맞짱’ 뜬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뛰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이호진, 히딩크에게 까인 뒤 스페인 진출?>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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