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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차다가 딴생각]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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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3  17: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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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협회가 재신임을 결정한 슈틸리케 감독. /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지하철로 출퇴근을 합니다. 7호선과 3호선을 타지요. 승강장에서 늘 같은 위치의 출입문을 이용합니다. 갈아타기 편한 곳, 내려서 출구가 가까운 곳. 대부분 지하철 통근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승강장에 서면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게 있지요. 스크린도어에 붙어 있는 시(詩)입니다.

세상은 아름답다, 사랑하며 살자, 희망을 잃지 말자…. 이런 내용을 그냥 이렇게 적어 놓은 시들을 보고 처음에는 실소를 금치 못 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보게 되니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더군요. 보지 않으려 해도 힐끗 눈에 들어옵니다. 왜 함량미달의 글을 억지로 봐야 하나, 하필 이 자리에 이런 수준의 글이 있을까… 한숨도 나고 짜증도 납니다.

지하철역에 시를 실은 취지는 알겠습니다. 시가 주관적 감상의 대상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렇지만 누가 보더라도 감동은커녕 실소와 한숨과 짜증을 유발할 만큼 유치한 글이 분명 있습니다. 좀 알아보니 지하철 시는 여러 문인단체 회원 작품과 시민 응모 작품 중 추려 뽑은 것이라네요. 그 문인단체 중에는 제대로 활동도 하지 않는,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 많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하철 시에 선정되는 법을 가르치는 강좌도 있다고 하더군요.

   
▲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3일 슈틸리케 유임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보기 싫은 대통령도 파면하고 구속까지 했는데 이 보기 싫은 시는 어쩔 도리가 없단 말인가.’ 엊그제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엉뚱한 비교까지 했습니다. 뜬금없는 생각은 축구까지 이어졌지요. 속 터지는 슈틸리케 축구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 축구 신문을 만드는 처지에서는 그래도 일이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축구 팬은 무슨 죄가 있나 등등.

아무리 축구 팬이라도 슈틸리케가 싫으면 대표팀 경기 안 보면 그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직장인에게 수준 낮은 시 보고 싶지 않으면 출퇴근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팬이 축구를 보는 건 직장인이 출근 도장 찍는 것과 같은데요.

몇 달 전 서울시가 지하철 시를 교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불만 여론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까지도 그 자리에는 ‘시 아닌 시’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3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슈틸리케 감독 유임을 결정한 것을 보고 잠시 딴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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