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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좋은 선배가 나중에도 멋진 선배
김태륭 KBS 해설위원  |  ktrho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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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3  11: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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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저널=김태륭의 헤드업] SNS를 통해 한 고등학교 축구 선수가 메시지를 보냈다. 축구를 너무 좋아하지만 진지하게 축구부 활동을 그만두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유는 선배의 괴롭힘이었다. 메시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시대가 변했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고교, 대학 축구부 시절 다양한 선후배들과 인연을 맺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듯이 그 관계 속에서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다. 때로는 나쁜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되지만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지금도 젓가락을 조금 특이하게 잡는다. 하지만 문제가 될 만큼 특이하진 않기에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도 뭐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 시절 팀 훈련을 마치고 저녁 식사로 고기를 굽는데 한 선배가 내 젓가락질을 문제 삼았다. 그 선배는 내가 젓가락을 올바르게 사용할 때까지 식사할 때 숟가락만 사용하고 샤워할 때도 냉수만 이용할 것이며 잠자리도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방문 앞을 쓰라고 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그 선배는 내 젓가락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오지랖이 넓은 건지 아니면 대학생 지성에 어울리지 않게 유치했던 건지 나 역시 감을 잡기 어렵다. 어쩌면 그 선배가 나를 대단히 아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훈련하고 틈나는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기에도 하루가 빠듯한 시기였는데 나에게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악당’은 있다.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후배에게 비합리적인 것을 강요하고 괴롭히는 것이 ‘악당’의 행동이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서 축구인으로 살아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옛 동료들과 마주친다. 학창 시절 후배들을 자주 괴롭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실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감추려 한다. 하지만 그 중 몇몇은 자신이 과거 학창 시절에 ‘악당’이였다는 사실을 마치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글을 읽는 후배 선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료나 후배를 곤란하게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내 경험상 학창 시절 ‘악당’ 선배로 이름을 떨친 사람 중 나중에 사회인이 되어 긍정적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학교 동문은 졸업 후 다양한 곳에서 또 만나게 된다. 괜히 그때 가서 부끄러움 느끼기 싫다면, 부디 좋은 동료 그리고 좋은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자. 엄한 선배와 악당 선배는 의미 자체가 다르다. 무엇보다 겪어보니 학창 시절 좋은 선배가 나중에도 멋진 선배가 되더라. / K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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