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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차다가 딴생각] 두 동강 난 트로피
최승진 기자  |  hug@football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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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0  10: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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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축구협회가 아마추어 경기장에 내건 리스펙트(존중) 캠페인 펼침막. /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지난해 11월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K리그 클래식 최우수감독상을 받았지요. 수상 소감 한 대목이 화제가 됐습니다. 중국에 있는 전임 최용수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이 상을 다 줄 수는 없고 반을 드리겠다”고 웃으며 말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실제 트로피가 쪼개진 모습을 얼마 전에 봤습니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 시상식이었습니다. 영국 가수 아델이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트로피를 두 동강 냈지요. 아델은 3대 본상을 포함해 모두 5개 부문에서 영예를 안은, 이날 시상식의 주역 중의 주역이었습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돌출 행동은 미국 팝 스타 비욘세 때문이었지요. 비욘세는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본상을 하나도 못 받고 두 부문 수상에 그쳤습니다. 아델은 단상에 올라 “나는 이 상을 받을 수 없다”며 비욘세가 수상자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더군요. 비욘세의 앨범을 ‘기념비적이며 영혼이 담긴 작품’이라고 극찬했습니다.

트로피를 쪼갠 퍼포먼스는 상을 경쟁자와 나누겠다는 의미였지요. 계속되는 아델의 찬사를 들으며 만삭의 비욘세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재미있고 의미 있고 아름다운 시상식이었습니다. 단순한 승자의 여유가 아니었지요. 라이벌에 대한 배려를 넘어선 진정한 존중이 인상 깊었습니다. 동업자 정신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 지난해 K리그 경기에서 쓰러진 선수를 상대팀 선수가 일으켜주고 있다. /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지난해 어느 고교축구대회 결승전이 끝난 직후였습니다. 선수단 버스가 세워진 곳에서 양 팀 선수들이 티격태격하는 걸 봤습니다. 서로 지나치며 째려봤거나 어깨가 부딪친 게 시비의 발단이었겠지요. 하지만 진짜 원인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요. 승자가 패자를 무시했거나, 패자가 승자를 인정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둘 다였거나.

축구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초·중·고 대회에서 곧 시즌 첫 우승팀이 속속 나올 겁니다. 트로피를 쪼개는 일은 없더라도, 치열한 승부가 끝난 뒤 승자와 패자가 따뜻하게 손을 맞잡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존중’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22일 열리는 춘계고등연맹전 결승전을 앞두고 잠시 딴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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