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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최동호의 스포츠인문] 축구계 최고 라이벌, 한국와 일본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  faith0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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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02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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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신나는 상상을 한다. 2028년 월드컵 결승전. 한국과 일본이 만난다. 물론 우승은 한국 차지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90분 간의 격전이 끝나는 순간,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악수를 건넨다. 한국 선수들도 일본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한다.

기자회견장. 한국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 축구는 일본이 있어서 행복하다. 우리는 라이벌이다.” 한국과 일본 축구는 라이벌이다. ‘숙적’이라는 살벌한 표현도 쉬이 등장한다. 축구가 어찌 전쟁이고 선수들이 어찌 전사이랴만 축구 한일전만큼 심장을 뛰게 하는 경기는 없다.

어디 경기뿐이랴. 두 나라 축구사에 얽히고설킨 땀과 눈물의 이야기는 어떤가. 10년 전 얘기일지라도 20년 전 스토리일지라도 우리는 쉽게 감동하고 추억한다.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과 일본은 또 만났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결승전도 켜켜이 쌓인 앙금의 무대였다. 올림픽팀끼리의 대결로만 보더라도 일본은 2012년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한국에 패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일본으로선 런던올림픽 한을 푸는 무대였다. 테구라모리 일본 올림픽팀 감독은 “어차피 마지막은 한국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정상에 서더라도 서로를 꺾고 올라서야만 진정한 아시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뜨거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일전의 배경은 물론 한일 양국의 역사다. 일제 강점기 최고의 축구팀이었던 조선축구단이 1935년 전일본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당시, 선수들도 울었고 재일조선인들도 울었다. 부둥켜안고 울고자, 서러움의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자 축구를 하고 축구를 본 것이 아닐까. 일제 강점기의 축구는 조선의 자랑이자 한풀이였다. 한국축구의 DNA는 일본에게만은 져선 안 된다는 조선 민중의 한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축구는 내셔널리즘과 민족성을 잘 드러낸다. 유럽도 아프리카도 남미도 축구는 내셔널리즘을 먹고 자랐다. 해방 이후 한일축구의 첫 만남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극동지역 예선었다. 일본인은 절대로 한국 땅에 들일 수 없다는 이승만 정부의 방침에 따라 대표팀은 홈 앤드 어웨이 2경기를 모두 일본에서 치렀다.

출국 전, 이승만 대통령을 만난 이유형 감독은 “일본을 이기지 못하면 선수단 모두가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는 말을 남겼다. 한일전이 무엇인지를 나타내는 극명한 한 마디였다. 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56년 멜버른올림픽, 62년 칠레월드컵까지.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전에도 한국과 일본의 축구는 부딪쳤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지 않은가. 지리적 인접성은 지역예선에서 두 나라를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라이벌로 만들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한국과 일본 모두 아시아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던 때였다. 최종예선전 홈경기가 열린 잠실종합운동장엔 ‘Let’s go to France, together’란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만 하는 상대였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였던 것이다. 유럽축구에 대한 콤플렉스. 월드컵을 향한 열망. 아시아 수준을 극복하겠다는 숙원. 서로가 서로 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World Cup Fever’ , 동병상련의 처지였던 것이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월드컵까지 공동 개최했던 운명의 라이벌은 끝없이 경쟁한다. 올림픽에서 월드컵에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끝없이 부딪친다. 때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민족 감정까지 분출된다. 축구가 아닌 그 어느 스포츠에서 한일 간의 정치와 역사를 담은 플래카드가 등장할까. 그래서 축구는 축구 그 이상이다. 한일전이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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