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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석현준, 6개월 전 약속 지켰다[최규일의 풋볼프리즘] 강한 생명력과 끊임없는 노력 듬직하다
최규일 기자  |  kichoi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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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9  05: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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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Journeyman)’이란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2007년 NBC에서 방영돼 국내에도 소개된 미니시리즈로 한국계 혼혈배우 문 블러드굿이 주연급으로 출연해 더 화제가 됐다. 드라마 속 주인공 ‘저니맨’은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바꾸는 존재로 이를테면 영웅이었다.

스포츠에서 ‘저니맨’은 별로 달갑지 않은 표현이다. 자주 팀을 옮기는 선수를 말한다. 저니맨 보다는 원클럽맨, 혹은 레전드로 남는 게 더 큰 미덕이다. 해외축구계의 대표적인 저니맨으로 프랑스의 니콜라스 아넬카(37)를 꼽을 수 있다. 1995년 PSG에서 데뷔한 그는 이후 아스날-레알 마드리드-PSG- 리버풀- 맨시티- 페네르바체-볼튼- 첼시- 상하이 선화- 유벤투스-WBA순으로 팀을 옮기더니 현재 인도에서 뭄바이 시티 선수 겸 감독을 맡고 있다.

아넬카와 동갑내기인 설기현은 한국의 대표 저니맨이다. 현역시절 그가 거친 팀이 앤트워프-안더레흐트-울버 햄튼-레딩-풀럼-알힐랄-포항-울산-인천 등 무려 9개나 된다. FC 서울에서 데뷔해 AS 모나코-아스널-셀타비고-왓포드-알샤밥을 거친 뒤 지난해 친정으로 복귀한 박주영(31)도 비슷한 범주에 든다.

한 명 더 있다. 최근 FC 포르투에 입단한 석현준이다. 그의 나이 갓 스물다섯인데 포르투는 그의 7번째 구단이다. 그는 이전 소속팀(아약스, 흐로닝언, 마리타무, 알 아흘리, CD 나시오날, 빅토리아 세투발)에서 평균 1년씩만 뛰었다. 그가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 입단할 당시 스포트라이트는 굉장했다. 하지만 이후 옮길 때마다 팀의 지명도가 떨어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도 추락했다. 중동으로 옮길 때엔 ‘돈을 보고 간 것 아니냐’, ‘거품’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줄곧 객지에서, 그마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부초처럼 떠돌았던 그의 프로 여정은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엔 꽤나 무거웠을 법하다.

그런 그가 FC 포르투에 둥지를 틀었다. 이적료와 연봉이 훌쩍 올랐다. 명장 무리뉴와 비야스 보아스 감독이 머문 팀이자 데쿠 팔카오 페페 헐크 등을 배출한 명문가의 귀하신 몸이 됐다. 

필자가 만난 석현준은 덩치(190cm 83kg) 만큼이나 당당했다. 그는 “부와 명예는 나중에 누려도 된다. 현역 유니폼을 벗은 뒤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포르투와의 협상이 꼬였을 때 전 소속팀에 ‘떠나겠다’고 최후통첩을 하고, FIFA 규정을 내세워 상대를 압박한 이가 그 자신이었다.

지난해 6월 <축구 저널>은 석현준과 공식 인터뷰를 했다. 종전의 긴 머리는 짧아져 있었다. “예전엔 튀고 싶었는데 이제는 외모보다 축구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팔뚝엔 아약스 문신이 선명했다. 그는 아약스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했고 나중에 왼쪽 가슴엔 자신의 마지막 팀을 새기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 돼 있었다. “체격이 좋은 내겐 수비수들이 거칠고 (공격시) 크로스를 많이 하는 포르투갈 리그가 제격이다. 예전엔 첼시 같은 클럽을 꿈꿨지만 지금은 눈앞의 목표부터 이루겠다. 벤피카나 포르투 같은 포르투갈 빅클럽에 입단하고 싶다.”

약 6개월 후 그는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다짐과 더 큰 꿈을 품었을 것이다. 석현준은 여전히 젊다. 무엇보다 시련 속에서 단련된 강한 생명력과 뚝심, 끊임없는 노력이 든든한 밑천임을 우린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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