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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지사 인생만사[최동호의 스포츠인문] 축구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자세도 배워야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  faith0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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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7  18: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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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 새해. 한 해 아니 지금까지의 날들을 주욱 펼쳐놓고 되돌아본다면 누군들 ‘인생은 이런 거’라 말하지 못할까.

축구도 마찬가지일 터, 한 선수가 성장하고 이름이 알려지고 은퇴하는 세월을 지켜보노라면 축구 역시 사연 많은 인생살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 시즌만 뚝 떼어놓고 보더라도, 한 선수를 철퍼덕 앉혀놓고 동지섣달 긴긴 밤 사이 잠깐이라도 얘기를 들어본다면 사연 없는 팀이 어디 있으랴. 곡절 없는 선수 또한 어디 있으랴. 축구살이가 인생살이고 축구지사가 인생만사다.

지난 3일 홍명보 감독(항저우 뤼청)이 중국으로 출국했다. “어려움도 있겠지만 큰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이겨내겠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생각이 정리된 간결한 말이었다. 자신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도 격정적이었다. 지난달 17일 홍 감독은 “그동안 모든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누구보다 많았는데 더 이상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많은 분이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과연 축구를 하며 내가 얼마나 많은 명예를 가졌나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브라질월드컵 이후의 고민의 단상이 드러난다. 끝끝내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다. 축구팬과 맞섰고 국민에게 서운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럴 만하다. 브라질월드컵. 그 단 한 번의 실패로 모든 죄를 뒤집어쓰지 않았는가. 부동산 투기 얘기도 나왔고 가족들에 대한 험담도 들어야 했다. 찬사를 들으며 성공가도만을 달려왔던 홍명보다. 그래서 그에겐 비난도 삿대질도 더욱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 한 번 없었던 감독이 어디 있을까. 명장이라는 감독들은 모두 부서지고 깨지고 좌절하면서 더욱 단단해지지 않았던가. 축구팬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내지 못한 채 보란 듯이 중국에서 성공해 홍명보임을 증명하겠다는 일념만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그것이 인생살이다. 비난도 질책도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억울하지 않았던 감독은 없다. 감독 대접 받는 지도자치고 때론 삭이고 때론 양보하고 때론 물러나지 않았던 감독이 과연 있을까. 감독도 인간도 삭이고 양보하고 물러나는 것을 배우며 강해진다.

삶은 결코 성공만으로 점철될 수 없다. 성공가도만을 달려온 능력자들이 인생의 중후반에서 맞닥뜨린 단 한 번의 실패에 쉽게 무너지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이승우(바르셀로나)가 성공하리라고 쉽게 장담할 순 없다. 축구 선수로서의 성공은 물론 인생에서의 성공은 더더욱 쉽게 말하기 힘들다. 이승우는 현재 또래 동료들에 비해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이다. 18살의 나이. 아직은 축구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자세를 배워야 한다. 세계적인 스타들도 한순간에 몰락한다. 축구 선수니까 축구를 못해서 잊혀지리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사생활, 가정생활, 성공 후의 공허함으로 인한 방탕 혹은 방황으로 무너지는 스타들도 많다. 그래서 배워야 할 것은 축구뿐만이 아니다. 삶에 대한 자세, 인생살이도 함께 배워야 한다.

2015년 연말.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경남FC를 맡게 된 김종부 감독. 대학 시절 초대형 스트라이커로 주목받았지만 불운하게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50살의 나이에야 프로팀을 맡게 됐다. 고생은 그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김종부 감독이 성공하리라고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그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그동안 그가 살아온 것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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