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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안하는 포항, '트레블' 꿈 꿀 자격 있나[박재림의 Green Green Grass] 또 한 번의 요행을 노리지만 두 번 행운은 힘들다
박재림 기자  |  greengreengrass@sen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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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14  17: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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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는 받지 않았고요, 학교 수업에 충실했습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고요.”

지난해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K고교 P학생의 이야기다. 너무 틀에 박힌 얘기 아니냐고? ‘관용어구’ 같아 보이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P학생에겐 저 문구가 ‘레알(real)'이었다. 정말로 P학생은 과외 한 번 받지 않고 두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의로) 빼먹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외국어영역 성적이다. P학생은 지난해 외국어영역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총 응시자 32명 중 16명을 뽑는 1차 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원어민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는 친구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 2013 ACL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신 포항 스틸러스. /출처 : 포항스틸러스 홈페이지

“올해 목표는 ‘트레블(3개 대회 우승)’이다. K리그 클래식과 FA컵에 더해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까지 우승하겠다!”

K리그 클래식 포항스틸러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올시즌 목표다. 목표가 낮아서 좋을 건 없다만, 글쎄, 아무리 좋게 들으려 해도 필자가 학창시절 내놓던 “이번에야말로 올백 맞을게요!” 하던 허황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정말(x100) 좋게 봐서 리그 우승트로피와 FA컵은 어찌어찌 또 따낸다고 치자. 하지만 ACL은 얘기가 다르다. 국내 무대에서 상대하는 선수들과는 ‘급’이 다른 선수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지난해 대회를 통해 그 한계를 몸으로 절감한 포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2013 FA컵 우승 카퍼레이드에 참여한 장성환 포항 사장(왼쪽). 그는 <경북매일>과의 인터뷰에서 2014시즌의 목표로 '트레블'을 말했다. /출처 : 포항 스틸러스

하지만 올해도 포항의 ‘커리큘럼’엔 변화가 없다. 원어민 과외선생님, 그러니까 뛰어난 실력의 외국인 선수? 그런 거 없다. 줄 과외비가 없단다. 그럼 참고서라도 사게 돈 좀 주세요. 참고서는 무슨. 있던 교과서도 팔아야 할 상황이란다. 6년을 봐온 ‘병준 출판사’의 참고서는 물론이고 10년을 넘게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진성 출판사’의 교과서도 처분해야 할 위기다.

14일 오전 ‘세레소 오사카, 포를란 영입 노린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포털에 올랐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루과이 대표로 뛰었던 그 포를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인터 밀란 등에서 활약한 그 포를란이 맞다. 세레소는 포를란 뿐 아니라 호주 현역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미치 니콜스 영입 또한 준비 중이다. FC도쿄의 하세가와 아리아 자스루(일본) 역시 그들의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중국 슈퍼리그의 산둥 루넝은 지난 시즌 바그너 러브를 영입한 데 이어 이번 이적시장에서도 상파울루 팀의 공격수 알로이시오(이상 브라질)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런던올림픽에도 출전했던 브라질선수 간수를 영입한다는 설도 있고,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몬틸로의 영입에도 관심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또한 중국 청소년대표 출신 공격수 장웬자오와 국가대표 골키퍼 왕다레이 등 자국 선수 영입에도 소홀하지 않았고, 기존 선수 하오준민과의 재계약에도 진즉에 합의했다.

   
▲ 산둥 루넝이 영입한 브라질 공격수 알로이시오. /출처 : 산둥 루넝 홈페이지

지난해 ACL 16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드코르를 꺾고 8강에 진출하는 대파란을 일으켰던 태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겨울 역시 매우 뜨겁다. ‘아시아 톱 5’라는 목표 아래 1월 1일 출정식을 가졌던 부리람 선수단엔 제이 심슨(잉글랜드)이 포함돼 있다. 아스널과 웨스트브로미치, 헐시티 등에서 활약하며 EPL 통산 187경기 35골을 기록한 선수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88년생으로 이제 27살이 됐다. 2013년 부리람에 합류한 스페인 청소년대표 출신 카르멜로 곤잘레스보다도 이름값 높은 선수다.

이미 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위의 세 팀, 세레소 오사카와 산둥 루넝, 부리람 유나이티드는 포항과 함께 ACL 조별리그 E조에 속해있는 팀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포항은 맘 편하게 ‘ACL 까짓 꺼 우승하면 되지’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포항이 우승을 차지한 2009년 ACL은 벌써 5년 전에 열린 대회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그리고 그때도 데닐손(브라질)과 스테보(마케도니아), 오까야마(일본)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들이 있었기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 포항의 2009 ACL 우승은 국내 선수들의 그것에 더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출처 : 포항스틸러스 홈페이지

1월도 어느덧 절반이 지나고 있다. 대부분의 팀이 전지훈련을 떠났거나 떠나고 있거나 곧 떠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시점이 되도록 타 팀 선수의 영입 ‘오피셜’을 단 한 건도 못 띄운 K리그 클래식 팀이 두 곳 있으니, 바로 수원과 포항이다. 수원이야 ACL 진출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으니 그럴 수도 있다지만 3개 대회를 병행해야 할 포항이 외부로부터 선수 보강이 없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다.

학교 수업만으로 두 개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아낸다는 것은 그 학생이 덜 자고 덜 놀고 쌍코피 터져가며 공부에 올인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 학생을 앞에 두고 “거 봐, 하니까 되잖아. 올해는 외국어영역도 1등급 받아 오거라”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영어 과외 선생님 한 번 붙여주지 않고, 참고서 한 권 사주지 않고, 있던 교과서마저 팔아치우면서? 지금의 포항이, 선수들에게 ‘트레블’을 요구하는 것이 딱 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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