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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보여줘야 할' 70대 박종환 신임 감독'관록 축구' 기대에 부응하고 '정치 인사' 의혹 해소해야
최규일 기자  |  kichoi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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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3  16: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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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환 성남 신임 감독
1993년 이맘 때로 기억한다. K리그에서 우승한 박종환 감독이 몇몇 기자들과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어느 막내 기자의 거침없는 말투에 언짢아진 박 감독이 "어린 친구가 버릇이 없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순간 어색해진 분위기는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수습으로 이내 진정됐다. 술자리는 무탈하게 파했지만 그의 직선적이고 다혈질적인 면을 볼 수 있었다.

최근에도 박 감독과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가끔씩 찾았던 서울 용산의 한 당구장에 그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적지않은 이들을 대동한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했고, 자세는 꼿꼿하고 다부졌다.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도 전과 같았다.

박종환(75) 감독이 돌아왔다. 그의 컴백은 그 자체 만으로 의미가 묵직하다. 새삼 83년 멕시코 청소년월드컵 '4강 신화'나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벌떼 축구'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표현도 조금은 진부하다.

그저 고희를 훌쩍 넘긴 노감독의 재등장이 반가울 뿐이다. 과거 그는 '승부사', '독사'로 불렸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그도 이회택 씨처럼 '풍운아'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그는 언제나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북한 대신 출전한 멕시코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 4강의 위업과, 일화 천마의 K리그 3연패(1993~1995년)는 '박종환 축구'의 결정판이었다. 오욕의 순간도 많았다. 88서울 올림픽 개막 직전 5년간 자신이 꾸려온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서 느닷없이 사퇴해 공인으로서의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이듬해엔 징계기간 중 K리그 심판에게 발길질을 해 1년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몇몇 선수들은 그의 스파르타식 지도 방식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시민 구단으로 탈바꿈한 성남행 과정에서도 논란을 비껴가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박 감독의 영입이 정치적인 입김이 가미된 밀실 인사라고 깎아내린다. K리그를 오래 떠나있었던 박 감독의 현장감각이나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에 물음표를 달기도 한다

어쨌거나 '한국 축구의 전설'은 K리그 최고령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여보란듯 컴백했다. 그는 '재미있는 축구, 관록의 축구'를 천명했다. 꼭 그렇게 됐으면 한다. 박 감독의 복귀는 한 개인의 파란만장한 여정,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호곤(62) 전 울산 감독의 사퇴로 젊은 감독이 대세인 듯 보였던 K리그는 최근 60대의 이차만(63) 경남 감독에 이어 70대의 박종환 감독까지 복귀하면서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국내 축구계엔 두 감독 외에도 실력과 자질을 갖춘, 그래서 얼마든지 프로팀을 믿고 맡길 수 있는 50대 이상 지도자들이 즐비하다. 그들에게 이차만, 박종환 감독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한줄기 빛이다. 지금은 세월에 떠밀려 야인으로 떠돌지만 언제가는 그들의 경험과 관록이 젊고 새로운 것만을 좇는 현실을 대체할 수도 있다.

박종환 감독은 자신에게 쏠린 기대와 의혹 등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고, 의혹은 말끔히 해소하길 바란다. 그의 춘천고 동문이자 절친이었던 고 이주일 씨는 코미디 프로에서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제는 박 감독이 뭔가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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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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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앞으로 기대가 됩니다.^^화이팅!
(2014-01-13 10:04:17)
뽀기
박종환 감독의 짜임새있고 저돌적인 축구를 기대하면서.......
(2013-12-31 15:10:05)
정하식
연륜이 묻어있는 기사내용 같군요...
(2013-12-27 11:04:22)
강소명
축구를 몰라도 기사재미나다 들었는데 정말 짱재미
(2013-12-24 21: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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